다시 한 해가 저뭅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시간입니다.
이제 겨우 멈춰 서서 한 숨을 돌리며 한 해를 돌아볼 수 있게 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멈추어 설 때가 있다고 합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가면 자기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기다려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영혼을 배려하는 인디언 영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신앙이 깊은 사람도 잘 멈춰 설 줄 알고 자기를 돌아볼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매 주일예배는 우리가 멈춰 서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도박장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고 합니다.
도박장에 들어온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시계를 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구나!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 창문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보게 해서도 안 됩니다.
시원한 공기와 자유로운 세상이 밖에 있다는 것을 절대로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이곳이 전부라는 착각을 하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든 이곳에 몰두시키고 집중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카지노에서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무제한 제공해서 욕망을 향해 달려가게 만듭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도 거대한 도박장 같습니다. 자신을 보지 못하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아프리카 산양 같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스프링팍스' 라는 산양이 있습니다.
이 산양은 떼를 지어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프링팍스는 수천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기에 뒤쪽에 있는 양들은 풀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뒤에 있는 양들은 앞으로 가기 위해서 앞쪽에 있는 양들을 밀치게 됩니다.
뒤에서 미니까 앞에 있는 양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되고 결국 앞에 있는 양들이 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뒤에 있는 양들도 함께 뛰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뛰는지, 왜 뛰는지도 모르고 함께 달려가니 혹시 벼랑을 만나더라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스프링팍스처럼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송년주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시계를 쳐다볼 수 있고 영원을 향해 열린 창문을 통해서 저편도 잠깐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