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우리 집 막내는 월드컵 때문에 왜 온 나라가 들썩거려야 하는지 의아해 하면서
어떻게 축구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흥분할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나는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대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인간에게는 싸움의 본능이 있는데 옛날에는 전쟁을 해서 그 본능을 충족시켰지만
지금은 대놓고 싸울 수 없기에 축구가 대신 그런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축구는 고급스러운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를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 가운데 하나라는 말도 덧붙여 주었습니다.
축구가 우리 안에 있는 승부욕을 불타게 하고 그런 중에서도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축구장을 방송해 주었습니다.
태국의 유명한 관광지 푸켓에서 그리 멀지 않는 작은 섬 마을에 있는 축구장입니다.
이 마을에 축구장이 생기게 된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섬의 이름은 판니섬인데,
섬 대부분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집을 지을 공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육지 위에 집을 짓고 바다 위에도 수상가옥을 지어서 서로 연결해 놓았는데
지금은 한 200여 세대가 붙어서 살고 있습니다.
태국의 다른 아이들처럼 이 동네 아이들도 축구를 좋아했지만 TV를 통해서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들이 직접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여 작은 축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섬에는 공을 찰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실망하지 않고 자기들이 직접 축구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판자들을 전부 모아서 연결하여 바다에 띄웠습니다.
작기는 하였지만 나름대로 쓸만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축구장이 되었습니다.
비록 중간에 못이 튀어 나와 있고 평평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을 차기가 무섭게 공을 주우러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이 아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축구대회 포스터를 보고 대회참가신청을 하였습니다.
태국 남부 청소년 축구대회였습니다. 어설프게 참가한 이 아이들이 이 대회에서 무려 2등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의 사정을 알게된 어른들은 기꺼이 아이들의 후원자가 되어 주었고
이 일을 계기로 그 마을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번듯한 축구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이 축구팀이 태국 남부에서 가장 실력 있는 축구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았고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니까 결국 그 꿈이 아름다운 현실로 바뀌었습니다.
가난한 섬마을 아이들이 꾼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떤 꿈을 품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른 꿈을 품고 있는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바르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영복 선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고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를 때를 일컬어 진(眞)이라고 합니다.”
진선미의 삶을 추구하라고 권면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나의 욕망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참되고 성실하게 주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