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박광수의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머리 벗겨진 사람이 발모제를 팔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웃는다.
그러자 발모제를 팔고 있던 머리 벗겨진 사람이 혼잣말로 되묻는다.
“그러면 브래지어는 꼭 여자들이 팔아야 하나요?” 그러면서 그의 만화의 특징인 결정적인 한 마디로 이야기가 끝난다.
“세상에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 몇 가지나 되나요?”
정말 그렇다.
요즘 세상에서 꼭 그래야만 되는 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 살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늘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사람은 생존을 위협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경영에서도 블루오션(Blue ocean)과 레드오션(Red ocea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푸른 바다(블루오션)는 경쟁자가 없는 곳에서 먹이를 찾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틈새시장'이다.
반면에 레드오션은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 물고 뜯는 바다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붉은 피가 흥건한 시장을 말한다.
사람들은 주로 붉은 바다(레드오션)에서 먹거리를 찾는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확실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만큼 경쟁이 치열해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푸른 바다(블루오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없다고 쉽게 판단하지만 사실 그곳에서 자기만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피를 흘리지 않고서도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사전인 브리테니카 백과사전 회사는 늘 하던 대로 안주하다가 망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CD롬 백과사전이라는 푸른 바다를 개척하였다.
브리테니카 사전은 15만원에 팔았지만 똑 같은 내용을 CD에 담은 백과사전은 5만원에 팔았기 때문이다.
코닥 필름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몇 해 전 파산하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놀라운 것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발명한 곳이 코닥이라는 사실이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하고 나서 이 상품이 자신들의 주력업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런 신제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안이한 생각이 백년된 기업의 몰락을 가져왔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하던 대로 하는 방식이 우리를 안이하게 만들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여 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것이다.
중풍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들 것으로 예수님 앞에 데리고 나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모여서 예수님 앞에 데려가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붕을 뚫고 내려갔다.
예수님 앞으로 가기 위해서 이제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짓을 한 것이다.
예수님은 그것이 믿음이라고 했다. 길이 없어도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한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보는 것이 믿음이다.
어느 여행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썼다.
사실 신앙인들은 늘 지도 밖으로도 가는 사람이다.
앞서 행하는 사람에게는 전례가 없다.
그래서 매사에 “이걸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하고 하나하나 되물어 가면서 살지 않고서는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우리 신앙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가?
아니면 사방으로 툭 터진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