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바리새인과 세리 비유’라는 말씀이다. 본문을 그냥 읽으면 결론은 ‘겸손한 사람이 되자!’라는 것이다. 결론 말씀이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유는 겸손과 교만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하셨다. 자기는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나갈 수 있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은 하나님 앞에 감히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소위 ‘바리새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세리가 기도하는 태도와 내용을 가지고 말씀하신다.

바리새인이 기도하는 태도를 보자. 그는 ‘서서 따로 기도’했다. ‘서서’ 기도하는 것은 당시 문화이고 ‘따로’ 기도한 것도 신분에 따라서 성전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동사가 ‘감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리새인이 감사한 내용을 보고 너무 자기를 드러내는 과시적인 기도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바리새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단지 이 기도의 내용만을 살펴보면 그의 기도는 삶의 열매를 가지고 와서 드리는 좋은 기도라고 할 수 있다. 한 주간 열심히 살고 그 삶의 열매를 가지고 올려드리는 기도이다. 우리도 이런 기도를 드려야 한다. ‘주님, 제가 일주일 내내 거룩한 삶을 살았습니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습니다.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새벽기도 시간도 빠지지 않았고 소득의 십일조도 잘 드렸습니다’ 모범적인 기도 내용이지만 이어지는 세리의 기도와 비교하면 이 기도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세리의 기도태도는 어떤가? ‘멀리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면서 기도한다. ‘멀리 서서’ 기도하는 것은 세리가 바깥 뜰에서 기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어떻게 살고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슴을 치면서 자기의 연약함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세리의 기도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도의 내용이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불쌍히 여겨 달라는 것은 ‘하나님, 저에게 분노하지 마소서’라는 간청이다. 자기가 볼 때 자기는 하나님 앞에 진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래서 아무런 소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기 가슴을 치면서 불쌍히 여겨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 기도 내용을 보면 초라하다. 회개기도라고 말하기도 부족하다. 어떤 새로운 결단도 없다. 세리를 그만두겠다든지 의롭게 살아보겠다든지 하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도 없다. 아마 세리는 자신이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잘 해보려고 결심했지만 무너진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더이상 하나님 앞에 말로 고백할 자신도 없다. 그래서 온전한 결단도 하지 못한채 고민스럽게 울고만 있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적이 많다. 열심히 잘살아보겠다고 결단했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다. 세리의 기도는 어쩌면 실패한 기도같아 보인다. 그런데 주님은 바리새인보다 세리가 더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고 한다. 왜 그런가? 세리는 자신이 오직 하나님의 자비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주님의 자비하심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영혼의 차원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수고와 노력이 우리의 삶의 겉모양은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삶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