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주일입니다.
한 해의 끝에 서는 날이기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돌이켜보면 오늘 같은 일상들이 모여서 또 한 해가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특별하고 싶었지만 별 수 없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나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장석남 시인의 <꽃의 사다리>라는 시가 있습니다.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는 없다
하늘에 오르고 싶은 자
하늘에 오르는 길은
꽃을 사랑하는 일, 나무를 사랑하는 일 ,
그 빛과 그늘들을 사랑하는 일 , 눈물을 사랑하는 일.
또 가난까지도 사랑하는 일
꽃들 다 하늘로 솟고
누군가 꽃의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간 듯
담장을 넘어간 넝쿨들 고요한 아침
이런 날은 맨발로 하루를 다 살고 싶다
하늘을 오르는 길은 일상 속의 꽃과 나무,
눈물과 삶과 일상을 사랑하는 길이란 내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하나님께서 일상 속에도 계심을 믿고 하루하루를 감탄과 감사 속에서 살아가는 것,
당연하게 여긴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특별한 은혜의 선물임을 깨닫는 것,
햇빛 한 줄기, 부는 바람, 들에 핀 작은 꽃들을 하나님을 찬미하는 마음으로 보고
감탄하는 것이 ‘지금 이곳’의 땅에서 하늘로 오르는 길을 걷는다는 뜻입니다.
바울 사도는 일상에 충실할 것을 권면하였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살전5:16~18)
기뻐할 조건을 ‘저기’서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찾으라고 합니다.
기도할 장소를 ‘저기’서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찾으라고 하고,
감사할 이유를 힘들고 어려운 ‘지금 여기’서 찾으라고 합니다.
그럴 때 ‘지금 여기’라는 일상이 그리운 존재가 머무는 성전이 됩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행복은 길이 끝나는 저 끝 어디선가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걷고 있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내년에도 매일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