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처럼 보이는 불신앙의 태도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어떤 문제 앞에서 ‘하나님, 알아서 하세요. 저는 관심 없습니다’라고 하는 태도이고, 또 하나는 ‘기도해봤자 소용이 없을 거야 하나님이 이미 뜻을 정하셨을 거야“라고 하는 태도이다. 전자는 문제를 통해서 일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고, 후자는 뜻을 바꾸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는 태도이다. 하나님은 우리 기도에 영향을 받기로 작정하시고 계신다. 그래서 본회퍼는 ”기도야말로 세상을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파트너십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헬무트 틸리케는 ”하나님께서 두 팔을 높이 들어 기도하는 그 기도의 손들을 통해서 이 지구와 역사를 움직여 가신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행동하는 신학자들인데도 기도를 강조했다.

본문에 보면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관계가 특별하다. 17절에서 하나님은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라고 했다. 특별하고 친밀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우리는 깊이 기도하는 것은 내 마음을 하나님에게 털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알게 되는 사실은 깊이 기도하면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인격적 사귐을 가지면 우리가 하나님이 하실 일에 대해서 알게 된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무겁다고 하셨다. 누가 부르짖었을까? 아마 소돔과 고모라에서 죄악으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자들의 부르짖음인 것 같다. 그들의 영혼 안에 깊은 탄식이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 고통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친구처럼 아브라함과 나누신다. 아브라함은 자신과 상관없는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아브라함은 자기 개인에 대한 주제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주제를 듣게 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하나님은 세상에 대해서 아브라함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왜 아브라함은 자기 현실과 상관없는 소돔과 고모라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을까? 여기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다. 아브라함은 의인들 50명이 있으면 그래도 그 땅을 멸하시겠느냐고 한다. 의인들을 봐서라도 용서해 줄 수 없겠는가? 하나님은 50명을 찾으면 그들로 말미암아 온 지역을 용서하겠다고 하였다. 그래도 모르니까 아브라함은 노심초사하면서 의인 10명까지 숫자를 내려가면서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한다. 하나님은 용서하겠다고 하셨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뜻을 가로 막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하나님의 친구의 특권이다. 하나님을 가로막는 특권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특권을 행사하기를 바라신다.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끼어들어서 그 특권을 사용하기를 기다리신다.

여러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가? 주님은 우리가 주님의 친구가 되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절에는 아브라함을 부르신 하나님의 목적을 말씀하고 있다.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선택하셨다고 하신다. 의는 하나님과 개인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친밀함이고 공도는 사회적인 의를 말한다. 하나님과 관계가 바르게 되면 그 관계가 세상 속을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소돔과 고모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부름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깨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그 일에 기도로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