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미운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고 명하신 예수님의 몸인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람인데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되겠습니까?
저는 미운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에 기도할 때 주기도문을 묵상할 때가 많은데, 주기도문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라는 대목은 그냥 넘어갔습니다.
미운 사람이 없으니까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나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못마땅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미워하는 것의 소극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기에, 그런 식이면 미운 사람이 꽤 있습니다.
교인으로서 목회자가 싫어하거나 미워하면 참 비참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사람이 아닌 영적인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담임목사에게 미움을 받는다며 얼마나 처참하겠습니까?
그래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푸근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야단도 치고 질책도 하지만, 그럼에도 담임목사가 절대 자신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미국 목회자들을 보면 표정이 평안해서 겉으로 보기에도 목사같습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하여 한국 목회자들은 표정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습니다.
긴장 가운데 살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경계를 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마음이 먼저 푸근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배에서 이러한 소원을 공포하고 그 후 실천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말이나 태도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소홀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것을 위해 기도해 주고 저도 스스로 노력하면 하나님이 1년 후에는 훨씬 푸근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예수님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