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용서해야 하느냐? 일곱 번까지 하면 되느냐? 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은 일곱 번씩 일흔 번씩까지라도 용서할 것을 말씀하셨다. 용서에는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는 말씀이다. 무조건 용서한다는 것이 죄를 묵인하고 간과한다는 뜻은 아니다. 바로 앞 단락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범하면 바로 잡아 주라고 하셨다. 어떻게 무제한 용서가 가능할 수 있는지 예수님은 비유로 말씀하셨다. 이 비유는 두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임금에게 일만 달란트 빚진 종이 등장한다. 일만 달란트 빚진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달란트는 16년을 매일 일해야 모을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질 수 있는 빚이 아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하나님에게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진 자임을 말하려고 이렇게 큰 빚을 진 종을 등장시킨 것이다. 일만 달란트 빚진 자가 오늘 우리의 실존이다.

주인은 재산과 가족을 다 팔아서라도 갚으라고 했다. 종은 갚을테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의지는 알겠지만 빈말이다. 갚을 수 없다. 주인은 그 종을 불쌍히 여겨서 탕감해 주었다. 이것이 기독교 복음이다. 16만년 일해야 갚을 수 있지만, 긍휼히 여겨주셔서 탕감해 주신 것이다. 그냥 없던 것으로 해주신다는 뜻이 아니다. 일만 달란트만큼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 손해와 희생이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 못박히신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허물과 죄를 덮어주시는 속죄판이 되어 주셨다. 이런 희생을 대가로 우리가 탕감을 받았다. 이것이 첫 번째 장면이고 그다음 이어지는 두 번째 장면은 용서받은 종이 자기에게 빚진 동료를 만나서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장면이다. 동료가 다 갚을테니 참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종은 동료를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된 주인은 대노하였다. 그리고 그 종을 잡아다가 말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긴 것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 마땅하다.” 주인은 노하여 그가 빚을 다 갚도록 그를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이 종은 도대체 어디서 실패한 것일까? 주인의 호의를 입는데는 성공했다. 자기 인생에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구원 문제이다. 그런데 자기는 주인에게 은혜를 받는데 성공했지만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지는 못했다. 이 사람이 주인에게 잘못해서 주인이 화를 낸 것이 아니다. 그는 주인에게 탕감을 받고 그 은혜에 충분히 감사했다. 주인과의 관계는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실패한 것은 자기가 받은 은혜하고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혜가 별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주인은 격노하고 악한 종이라고 했다. 자기가 받은 은혜하고 베풀어야 하는 은혜는 별개가 아니다. 따로따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주님이 은혜를 베풀어 주실 때는 이 은혜가 다른 사람과 연결 되어야 할 것을 기대하신 것이다. 이 연결이 끊어지면 아무리 주인에게 잘하고 감사해도 악한 자가 될 수 있다.

사실 백데나리온이 작은 돈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3개월치 임금은 제법 큰 돈이다. 이 돈만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자기가 탕감받은 일만 달란트와 비교해 보면 그리 큰돈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 주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다. 이 은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님에게 은혜로 받아들여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은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하나님은 악하다고 하신다. 이 둘 사이가 연결되어야 한다. 이 둘 사이의 연결이 시원찮을 때 주님은 우리를 꾸짖으신다. 그리고 그것을 일러 악이라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