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분이 쓴 글을 보고 ‘사라 오트’라는 피아니스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계 독일인 천재 피아니스트이지만 지금은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몹쓸 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글쓴이가 소개한 사라 오트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잠시 보았습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지만 그의 연주에서 열정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사라 오트가 솔리스트이지만 다른 연주자를 배경쯤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자신이 연주하지 않을 때도 지휘자나 다른 연주자의 연주에 집중하고 즐기는 모습입니다. 솔리스트이지만 자신이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따뜻하고 겸손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에는, 사라 오트가 등장하기 전 단원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음악회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녹화 영상에서는 대개 지휘자와 솔리스트가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조율부터 시작되는 이 영상은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보에 연주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음을 불었고, 그다음에 목관 악기들이 음을 맞춘 뒤에 현악기들이 음을 맞춥니다. 바이올린은 따로 악장이 한번 음을 연주하여 조율을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연주할 악기를 조율하지도 않은 채 연주한다면 그 연주는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음악의 문외한이라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악기를 정확하게 조율했더라도 각자가 따로 악기를 조율했다면 이 또한 문제입니다. 뛰어난 연주자들이니 자기 악기 하나쯤 조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상태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면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 될 것입니다. 악기가 다양할수록 모든 악기는 같은 음에 소리를 맞추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는 오보에가 내는 ‘라’음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도 조율되지 않은 생각으로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악기를 조율했다는 이유로 나머지를 무시할 때 들리는 것은 민망한 소음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연주자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연주에서 오보에 ‘라’음은 예수님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의 마음과 눈으로 우리 마음과 눈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교회 전체의 소리를 듣고 자기 소리를 내야 하나님 나라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찰리브라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집 뒤편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무작정 벽을 향해 활을 쏘고 난 뒤에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가서 화살을 중심으로 과녁을 그립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이 ‘대체 무얼 하는 거냐?’고 묻자 주인공은 자기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교회는 자기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주님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우리 모두의 시선과 마음이 조율되어 함께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