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 (최영기 목사)
며칠 전에 꿈을 꾸었습니다.
주일 아침입니다.
교회로 가고 있는데 내가 설교를 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즉석에서 설교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머릿속이 하얘지고 성경구절도, 전할 말도 안 떠오릅니다.
긴장이 고조됩니다.
그때 사무실 내 컴퓨터 속에 이런 때를 대비해 비상 설교를 준비해 놓았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빨리 사무실로 가야하는데, 교회 길이 아닌 엉뚱한 곳을 운전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조급한 마음이 불 일 듯합니다. 이 길로 갔다 저 길로 갔다 좌충우돌해 보지만 눈에 익은 길은 안 보이고.
시계를 보니 예배가 시작된 지 이미 15분이 지났습니다.
어쩌나, 어쩌나, 조바심이 극에 달했을 때에 잠에서 깹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어릴 적의 무서운 꿈은, 악한이 나를 쫓아오는데 발걸음이 떼어지지가 않는다든가,
내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을 향해 총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안 나가는 꿈이었습니다.
청소년 때에는 하늘을 나는 꿈을 종종 꾸었는데, 하늘을 시원하게 나는 꿈을 꿀 때도 있지만,
아무리 나르려고 팔짓 다리 짓을 해도 점점 땅으로 떨어지거나 전선줄에 걸려서 허우적대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꾸는 무서운 꿈은 주로 학교와 상관이 있습니다.
배경은 대학교이기도 하고 신학원이기도 합니다.
전부 시험에 관한 것인데 세부상황은 조금씩 변합니다.
학교 가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오늘 시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든지,
시험을 치를 교실을 찾는데 건물도 교실도 찾을 수 없다든지,
기말 고사 날인데 수업시간에 한 번도 안 들어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로 인해 졸업을 못하게 되었다는 절망감에 빠진다든지.
이런 꿈에서 깨어나서,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더 이상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시간 걸려 자신에게 확인하고 난 후 느끼는 안도감이나 기쁨은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죽어서 천국에 가면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를 염려하게 했고, 두렵게 했고, 절망케 했던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악몽에 지나지 않았고,
이제는 그런 것으로 인하여 더 이상 압박감을 느낄 필요도, 고통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깊은 안도감과 자유함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같이 계셨는데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며 외로워했고,
하나님께서 축복의 길로 인도하시고 계셨는데 과정이 힘들다고 불평하고 앙탈했던 것을 그때 비로소 깨달으면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