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가 쓴 수필집 <흐르는 강물처럼>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연필을 들고 편지를 쓰고 있을 때 손자가 옆에 와서 기웃거립니다.
할머니는 글쓰기를 멈추고 손자를 바라보면서 "네가 이 연필과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하고 말했습니다.
소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연필을 주시해보았지만 별로 눈에 띄는 점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연필을 들고 연필의 특징에 대해서 찬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 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가끔 생각나는 이야기입니다.
연필에서도 인생을 묵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할머니 말씀처럼 연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