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돌아온 아들에 대한 기쁨을 이기지 못한다. 살진 송아지를 잡아서 잔치를 열고 있을 때 마침 큰아들은 아버지가 명한 밭일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풍악과 춤추는 소리가 들리자 이게 무슨 일인지 종을 불러 자초지종을 듣는다. 그때 큰아들은 분노한다. 왜 큰아들은 동생이 돌아와서 잔치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날까? 자기는 아버지 집을 떠난 일도 없고 아버지 명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재산을 탕진하고 제멋대로 살다가 돌아온 작은 아들을 위해서 큰 잔치를 베푸는 것은 부당하다. 큰 잔치가 아니라 징계를 받아야 한다. 큰아들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마음과는 다르다. 아버지는 집에 있는 큰아들이나 돌아온 작은 아들이나 다 같은 자식이다.

큰아들은 자기가 집에 머물렀고 순종했기에 자기는 작은아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큰아들에게 순종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가 아버지 집을 떠나지 않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작은아들이나 큰아들은 아버지의 자녀라는 인식보다는 상속자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다만 상속자로서 어떻게 재산을 상속받아야 하는지 방법론이 다른 것이다. 작은아들은 자기 재산을 요구하고 받았다. 큰아들은 상속자로서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서 집에 머물러야 하고 아버지 말에도 잘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아들은 자기가 아버지 말을 잘 들었기에 그에 합당하게 아버지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작은아들은 아버지 말을 듣지 않았기에 당연히 그에 합당한 처벌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 상식적이고 합당한 경계를 허문다. 큰아들이 볼 때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아버지의 사랑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화가 나고 원망이 터져나온다. 자기는 그런 아버지의 환영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 확보한 지위인데 이보다 더한 좋은 것이 나쁜 놈에게 흘러가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영적으로 작은아들보다는 큰아들에 가깝다. 몸은 아버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아버지에게서 멀다. 내가 얻을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받는 것만 생각한다. 아버지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잔치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아버지를 아프게 하는지도 관심이 없다. 아버지의 마음은 잔치를 베푸는 작은 아들이나 바깥에 서서 원망하는 큰아들에게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거기에 서 있지 말고 기쁨의 잔치에 들어오라고 한다.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신뢰하라고 한다.

큰아들이 아버지 마음으로 귀향하려면 작은아들보다 더 큰 영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작은아들은 자기가 아버지와 떨어져 있는지 알았다. 그러나 큰아들은 아버지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기 힘으로는 아버지에게 귀향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진정 잃어버린 자이기에 목자가 그를 발견하고 아버지 집으로 데려다 주어야 한다. 주님은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바깥 어둡고 추운 곳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내가 기뻐하는 곳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우리는 목자의 손길을 붙잡을 수도 있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채 바깥에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있다. 주님은 가난한 마음으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자녀가 되라고 한다. 자녀로서 감사하고 신뢰하라고 한다. 사순절 우리가 회복해야 할 마음이다. 다시 세워야 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