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M. Gladwell)이 저술한 책 중에 “블링크”(Blink)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입니다. 무의식은 긍정적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예를 들자면, 음반 제작자가 설명할 수 없는 예감 때문에 무명인의 음반을 제작하여 히트를 치는 경우입니다. 부정적인 예를 들자면,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무의식중에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환자를 진단할 때에 검사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진단이 정확하고, 진단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진단이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거꾸로 라는 것입니다. 검사를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 오히려 오진이 내려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경험 많은 의사의 직관적인 첫 진단이 정확한 수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직관에 많은 것을 의존합니다. 그래서 결정의 이유를 대라면 설명을 못할 때가 많습니다. 연구생활 할 때에도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거나, 5년 계획을 세우는 것 등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연구실이 지시하고 보고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자유로운 결정을 허용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은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 목회 결정도 대부분이 직관에 따라 내려졌습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좋은 결과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해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집사님들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만일 제가 무엇을 시도하고자 할 때에, 왜 그런 일을 하려느냐? 무슨 방법으로 하려느냐? 어떤 결과를 예상하느냐? 캐물었다면 저는 목회를 못했을 것입니다. 성경에 어긋나지 않고, 큰 위험이 없겠다 싶으면 밀어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목회를 해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도 무의식이나 직관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리보다 직관을 따르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직관이 떠오른다고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닙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인지 아닌지 시간을 두고 점검해 봅니다. 성령님이 주시는 생각은, 처음에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확신이 커집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알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