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로베레의 장군"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59년도 영화이니까 아주 오래된 영화입니다. 저도 줄거리만 읽었지 영화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배경은 세계 2차대전 말, 독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독일 감옥에는 저항군들이 많이 갇혀 있었습니다. 독일군은 저항군을 체포하여 무참하게 처단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저항운동과 관련이 없는데도 체포되어 사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수로 끌려오게 된 것이지요. 이 사람은 사형장에서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죽게 되었다고 외칩니다.
"이것 보시오. 난 잘못 잡혀 왔소. 난 저항운동을 한 일이 없소. 난, 그저 조그만 마을의 변두리에서 장사나 하며 처자식과 함께 근근이 살아왔을 뿐이오. 그런데 왜 내가 저들과 함께 처형을 당해야 한단 말이오. 난 억울하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
그때 옆에 있던 한 저항군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래요,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 그러나 그것이 당신 잘못이고 그것이 당신의 죄요. 전쟁은 오 년이나 계속되었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갔고 수많은 건물과 도시들이 파괴되었소. 이렇게 조국과 민족이 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당신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죽어야 할 죄란 말이오.”
나는 아무 일도 한 것이 없는데 체포되어 죽게 되었다고 원통해 하는 죄수를 향해 “그대는 조국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죄다!”라는 이 명대사가 길이 남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말아야 하지만 행한 미움과 질투, 도둑질, 거짓말, 강간은 죄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섬기고 사랑하는 일, 서로 돌아보고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일, 기도하고 중보 하는 일, 복음 나누는 일. 하나님이 하라고 하신 일을 하지 못한 죄가 큽니다. 2차 대전 때 독일군에 반대하였던 ‘니묄러’라는 목사님이 있습니다. 처음에 히틀러를 지지하였지만, 나중에 히틀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돌아서서 저항운동을 했습니다. 그가 한때 히틀러를 지지했다는 것을 후회하며 지은 글이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입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지 못한 일을 헤아려보고 오늘 뉘우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