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 한 여자가 향유 옥합을 깨뜨려서 예수님 머리에 전부 부어드렸다. 여자의 갑작스런 행동에 사람들은 낭비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낭비라고 한 지적은 과히 틀리지 않는 주장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여자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다고 칭찬해 주셨다. 예수님은 여자가 옳은 일을 했다고 하지 않고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옳은 일과 좋은 일은 다르다. 여기서 좋은 일은 ‘적절한 아름다움’(요하킴 예레미야스)이란 뜻이다. 어떤 점에서 여인의 헌신이 적절한 아름다움이 되었다고 예수님은 평가하시는가?

첫째, 헌신의 동기가 아름답다. 여자가 예수님에게 삼백데나리온 가치의 향유를 부어드린 이유는 한마디로 주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성경은 사랑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존경심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연봉 액수는 각자 다 다르겠지만 그것이 귀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이 여자처럼 주님에 대해 이런 사랑과 존경심을 언제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예수님에게 헌신한 제자들은 한결같이 예수님 덕을 보려 하였고 기회가 되면 예수님을 이용하려고 했다. 유다는 은 30에 예수님을 팔았다. 은 30이라면 종 한 사람의 몸값이다. 삼백데나리온을 예수님께 바치는 여자도 있지만 은30을 얻고자 예수님을 파는 사람도 있다. 나의 헌신 동기는 어느쪽에 가까운가? 삼백과 삼십 사이에서 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랑은 감성적이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랑은 주님이 먼저 시작하신 것이다. 여자는 향유 옥합을 깨뜨렸지만 주님은 자기 몸을 깨뜨리셨다.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다.

둘째, 헌신의 때가 아름답다. 이틀 후면 예수님이 돌아가신다. 여자는 자신의 헌신을 미루지 않았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였다. 이 돈으로 가난한 자를 돕는 게 낫겠다고 한 사람에게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어서 원할 때 언제든지 도울 수 있지만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제 육신이 떠날 때가 되었음을 말씀하시면서 여자가 적절한 때에 헌신한 것이라고 하였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헌신하는 것도 기회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밥 사줄 때도 배고플 때 사주어야 도움이 되지 밥 잔뜩 먹고 온 사람에게 밥을 주면 더 힘들 수도 있다. 우리는 헌신이 필요할 때도 다음에 하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지금은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지금 하는 것이다. 가진 것으로 하는 것이다.

셋째, 헌신의 태도가 아름답다. 여자는 자신이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서 주님께 드렸다. 여자는 무엇을 드릴까 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남들이 하는대로 드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였다. 여자가 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죽이려는 흉계를 꾸미고 있었다.(1절) 그런데 이들을 막을 능력이 여자에게는 없다. 가롯유다가 예수님을 팔려고 했지만, 가롯유다의 마음을 돌이킬 능력도 여자에게는 없다. 예수님이 군병들에게 잡혀서 십자가를 지실 것이다. 여자가 이것을 막을 도리도 없다. 그러나 여자는 자기에게 있는 향유를 부어드릴 수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가 가진 향유 옥합은 드릴 수 있다. 지금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대로 헌신할 때 주님은 감동 받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