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우리 교회 사경회를 인도하셨던 이용규 선교사님을 며칠 전에 만났습니다.
우리 교회를 다녀가신 후에 사역지를 몽골에서 인도네시아로 옮겼고, 암 수술도 받으셨는데,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다고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용규 선교사님은 <내려놓음>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내려놓음’이라는 제목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진정한 내려놓음을 무엇일까?
간혹 교회를 열심히 섬기던 분들이 갑자기 “목사님, 저 모든 사역(직분)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라며 사역의 일선에서 손을 놓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과 교만이지 우리의 사명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그 사명을 내팽개치면서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이때 ‘내려놓겠다’는 말은 일종의 몽니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손상을 입었거나, 자기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았을 때, 또는 목회자나 다른 교인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말하자면 섭섭한 마음이 생겨서 투정을 부려보겠다는 심산인데, 이런 것은 ‘내려놓음’이 아니라 ‘내던짐’입니다.
사실 목회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이런 식의 ‘내려놓겠다’는 말입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 목회자들은 쩔쩔맵니다.
이럴 때 저는 가끔 속이 상해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이번에는 공갈포(?)에 물러서지 않으렵니다. 자꾸 양보만 하다보면 끝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보통 이렇게 제 마음에 응답을 주십니다.
“너도 그들과 꼬라지가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뭘 그리 화를 내느냐?”
생각해보니 나도 교인들을 향해 삐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향해서도 삐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목사라서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 눈에는 저의 그럴듯한 주장도 몽니나 심술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의로운 목사인양 자기를 변명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도록 하십니다.
멋진 목회라는 것은 대단한 신념도, 그럴듯한 비전 제시도, 남들 보기에 화려한 성취도 아닙니다.
먼저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교인들의 마음도 어루만질 줄 아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나 여러분들 모두 몽니와 투정으로 귀한 사역이나 사명을 내동댕이치지 말고, 가만히 우리의 욕심과 아집과 독선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