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서 교회 식당에 오랫동안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작년 6월부터 수요예배 후 식사를 재개하여 식탁에 켜켜이 쌓인 먼지도 쓸고 주방 기구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었습니다. 추수감사절 때 나눈 공동식사는 감동이었습니다. 12월에는 김장도 담궜습니다. 코로나 공백을 딛고 밥상 공동체의 모습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어 무엇보다 기쁘고 감사합니다.
주일 공동식사는 단지 한 끼 식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신학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본래 기독교는 식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이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지만 음식을 먹는 행위는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서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공동식사는 공동체를 한 식구로 묶어주는 강력한 상징이 됩니다. 우리는 같은 집안에 속한 사람인 가족보다는 식구라는 말에 더 친근함을 느낍니다. 식구란 ‘먹는 입’ 혹은 ‘먹는 입들의 수’를 말합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작은 자들과 함께 여러 번 식사하셨습니다. 함께 식사함으로 작은 자들이 받아들여짐과 용서함과 사랑함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식탁 교제와 밥상공동체는 작은 자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인정함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자신과 동일시하였습니다. 종말에 이 작은 자들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에 성만찬을 제정하였습니다. 성만찬은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 사람들이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함께 식탁에 참여하는 예전입니다. 우리는 성만찬 예식 때 예수님의 희생만을 특별히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본래 성만찬은 예수 믿는 자들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식사와 다른 식사의 차이점은 신분이나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식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떡을 뗐다는 말은 주인이나 종이나 한 상에 앉아서 함께 식사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식사는 우리에게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다시 공동식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봉사자들이 식사 봉사는 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사하는 것이 예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 봉사의 수고와 힘듦도 큰 보람과 의미로 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식사 봉사에 많이 자원해 주시고 그동안 솔선해서 섬겨주신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