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회를 인도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주기도문으로 마치는 것입니다. 별생각 없이 주문 외우듯 습관적으로 기도하고 있는 저를 자주 발견합니다. 아내도 천천히 주기도문을 암송해보라고 권면해 줍니다.
교우들에게 기도 부탁을 받을 때도 조심스럽습니다. ‘기도해주세요’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예, 기도하겠습니다’ 해놓고 기도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요즘은 부탁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잠깐이라도 기도합니다. 부탁하시는 분도 꼭 기도해주리라는 큰 기대가 없는 것 같고 부탁받는 사람도 꼭 기도해줘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볍게 주고받는 인사말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목사인 저도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젖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신앙생활에 기쁨이 없고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질 때 가만히 살펴보면 형식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형식적인 신앙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려면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꽤 자주 의식적으로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모여서 기도하거나 예배드리거나 무슨 행사를 할 때도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가? 이웃을 사랑하는가?"에 비추어서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기도할 때는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살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애썼던 내용을 가지고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 시간에 하나님께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함께 ‘내가 무엇을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살아보겠습니다’하는 결심을 바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설교를 듣는 것을 좋아하기보다 어떻게 설교 말씀대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단하는 시간이 더 좋아야 합니다. 교제 모임도 형식적인 교제 모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될 수 있는 한 솔직한 삶을 나누어야 합니다. 마음에 있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내는 그런 나눔과 친교가 좋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매년 찾아오는 절기이지만 올해는 더 새롭게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천국에 다다를 때 문지기는 우리에게 두 개의 십자가가 있는지 확인할 것입니다. 예수의 십자가와 내 몫의 십자가. 신앙생활이 내내 너무 힘겹다면 나에게 예수의 십자가가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다 나의 무거운 짐을 덜어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이 지나치게 가뿐하다면, 내 몫의 십자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내 몫의 십자가 없이 맨몸으로 덜레덜레 신앙의 여정을 가고 있다면 자신이 가고 있는 목적지가 정말 하나님 나라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십자가마저 형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굳어진 마음을 깨고 새로워지는 사순절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