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화 중에 목발 없이 걷기라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해봅니다.
숲으로 사냥을 나간 왕이 사냥감을 뒤쫓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됩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왕은 목발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고 권력자로서 신하들과 국민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왕은 나라 전체에 모든 국민이 목발을 짚고 다니도록 포고령을 내립니다. 그렇게 이 왕국은 유례없는 목발 국가가 됩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저항했지만 그들은 처형 당하거나 추방 당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발을 짚고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 갓난아기 때부터 걸음마 대신 목발 짚는 법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목발의 역사와 중요서에 대해 가르칩니다. 심지어 목발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까지 등장합니다. 이제 목발 없이 두 다리로 걷는 것은 위험한 욕망이 되었습니다. 불행한 일은 왕이 매우 오래 살았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자 이제 두 다리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됩니다. 더 불행한 일은 왕이 죽은 후에도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한편 왕이 사냥 중에 절벽으로 추락한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찍이 목발의 부당성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숲으로 들어와 숨어 갈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하고 위험한 생활이었지만, 온전하게 걷는 기쁨을 안전이 보장된 삶과 맞바꾼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이 두 발로 자유롭게 걷는 이 사람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를 세상을 현혹하는 인물로 여겼습니다. 목발을 짚은 이들은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목발을 쓰라고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어느날 이 사람의 집으로 젊은이 몇 명이 찾아옵니다. “두 다리로 걷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요!” 두발로 자유롭게 걷는 이가 말했습니다. “그저 목발을 집어 던지고 두 다리로 걸어라. 나에게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목발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말합니다. 젊은이들의 간절한 눈빛에 그는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몇 달 동안 젊은이들은 걷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떤 제자는 그의 말을 꼼꼼히 받아 적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차츰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자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들은 고행과 금욕을 실천하며 목발 없이 걷는 수련을 하고, 계율과 교리를 만드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현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만 명의 추종자들이 ‘목발에서 해방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의 생애는 책으로 기록되었고 그가 한 말들은 경전이 되었습니다. 그의 사루 사람들은 목발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별 수련법과 기도문을 개발했으며, 그가 살던 숲속 오두막 순례도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미스터리로 남은 것은, 이 수많은 추종자 중에 초기의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목발을 내던지고 자유롭게 걷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매주 기도회를 열고 경전을 암송하고 목발교 창시자를 찬양했지만 여전히 모두 목발을 짚은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군중 앞에서 설교하는 지도자들도 목발을 짚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이 무리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 목발에서 자유로워진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목발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집어던진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목발교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교리와 가르침 밖에서는 진정한 자유를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스러운 물건은 황금 유리관에 소장된, 현자가 불 속에 던져 버렸다 타다 남은 목발의 잔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