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목사님! 혼자 밀고 가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무릇 교회 일이란 목회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은 소수이고 대개 다수는 교회 일이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회자가 독단적으로 교회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가장 많은 부류의 사람이 목사들이다. 그러면 목사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목회란 인간의 뜻대로 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목사이기에 목사가 독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둘째, 설교라는 독자적인 사역의 특성 때문이다. 성도들은 목사의 설교를 듣고 그 말씀대로 사는 분들이다. 그런데 목사가 설교를 준비할 때 교인들과 의논하거나 교인들의 뜻을 받들어 설교하지는 않는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님과 목회자의 내밀한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교는 독단적인 사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교회의 다른 일도 목사가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담겨져 있다.
첫째, 하나님이 항상 목회자를 통해서만 자신의 뜻을 전해주신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고린도전서 14:30-33을 보면, 교회에서 계시를 받아 예언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순서에 맞춰 질서 있게 하라고 하셨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만 하나님의 뜻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 둘째, 목회자가 실수 없이 항상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이 땅에는 완전한 사람이 없다. 목회자의 생각도 온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생각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이 목회자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목회자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라면 교회 일을 독단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교인들이 함께 의논하고 지혜를 모아 결정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모든 교회 일은 항상 교인들 모두가 평등하게 의논해야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드러난 것은 그 뜻을 따라야지, 다수의 교인이 다른 길을 원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뜻을 어기고 그것을 따를 수는 없다. 하나님이 분명한 뜻을 가르쳐 주셨을 때는 그 뜻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하나님의 뜻을 가진 사람이 옳은 것이다.
목회자가 독단적으로 결정 해야 하는 경우는 하나님이 그 목회자에게만 맡기신 일을 할 때다. 독단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무조건 순종을 강조하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반면에 교인들은, 목회자가 사랑과 온유로 교인들을 존중하는 것을 기회로 목회자에게 상처를 주거나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된다. 그래야 우리가 모두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