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는 날 아침 병원 7층에 있는 작은 예배당을 찾아갔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도 모르는 감사가 솟아났습니다. 일부러 감사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마치 선물이라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잘 먹고 잘 소화 시킬 수 있는 것이 축복이고 잘 잘 수 있는 것, 자기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일인지 잊고 살았습니다. 아내가 옆에 있다는 것도 감격이고 축복입니다. 하룻밤 누워 있는데도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공동체의 지체라고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수술실로 향하는 그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서강대 장영희 교수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암도 경력입니다” 나는 큰 수술은 아니지만 작은 경력을 갖게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인생을 운명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존재가 인생이라면 우리 인생이 너무 무거울 것 같습니다. 성경은 우리 인생을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돌아보면 받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일들,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선물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물은 구원이고 예수님입니다. 기도원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만나는 나무, 하늘, 바람, 구름 모두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하늘을 보아도 감사, 땅을 보아도 감사입니다.
사실 하나님은 우리가 당하는 고통까지도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고통을 선물이라고 주면 감사하게 받을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선물을 내미시는 분의 손이 주님이라면 그 의미가 남다르지 않겠습니까? 릭워렌 목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케이크를 굽기 위해서는 밀가루, 소금, 달걀, 설탕 그리고 기름이 필요하다. 따로 먹으면 별맛이 없고 심지어 쓰기까지 하다. 하지만 함께 구우면 아주 맛있는 케이크가 된다. 우리의 모든 불쾌한 경험을 하나님께 맡기면 그분은 그것을 엮어서 선을 행하신다.”
소아마비 환자였던 장영희 교수는 어릴 때 자주 넘어져서 다쳤습니다. 어느 날 넘어져서 피가 철철 흐른 채로 울고 들어오는 어린 장영희에게 엄마는 말했습니다. “너무 야단법석 떨지마라 사람은 뼈만 추리면 산다” 이 말이 어린 장영희 가슴에 박혔습니다. 정말 살아보니까 그랬습니다. “그 순간 살점이 떨어져도 나중에 다 아물더라. 뼈만 있으면 된다.” 장영희 교수는 엄마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아프더라도 받은 선물을 감사하고, 기본이라도 붙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