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목사님은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점에서 그런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 설교에는 전도를 강조하지 않고 교회 성장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예배 출석이 뜸한 분들을 자주 찾아가서 매달리는 것 같지도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목사님은 교회 성장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저에 대한 인색한 평가이기는 하지만 사실 교회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저의 목회 철학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교회 성장은 추구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교회 건강의 결과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성경에 교회는 몸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몸이 자라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때그때 잘 먹고 잘 놀고 아프지 않으면 몸은 저절로 큽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몸을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목표해야 합니다. 교회라는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병들고 아프지 않으면 교회는 저절로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덩치만 컸지 건강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가끔 짧은 기간에 교회가 부흥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알고 보면 교회의 명성을 듣고 기존 신자들이 몰려간 경우였습니다. 그것을 두고 부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흥은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해서 하나님의 통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말합니다. 덩치 큰 것이 꼭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성장이 하나님 나라 확장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목회자나 교회의 성공에 대한 야망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교회 성장을 목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교회 성장을 무시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나온 교회들도 성장했습니다. 그들은 성장 자체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우리 교회도 신약 성경에 나온 교회를 닮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여전히 아픈 부분이 있습니다. 그동안 잘 성장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성장을 추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픈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은데 자꾸 교회로 모이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출석이 뜸한 분들에게 꾸준히 매달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상처를 받고 교회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분을 위로하고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아프지 않게 할 자신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교회 나오면 괜찮습니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강권할 수 있는 건강한 교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