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카피라이터 박웅현이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쓴 카피이다.
몇십 년 전 몹시 추운 겨울 새벽, 버스에서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거지 행색의 사람을 보며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 사람은 친구가 없나 보다’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만큼 소중한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기대만큼 좋은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 시인 랄프 에머슨은 “친구를 얻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에게 그리 좋은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것은 내가 아무에게도 그다지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함석헌 선생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소개한다.
어느 문학 평론가는 글이 아니라 혼(魂)으로 쓴 시라고 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