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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드리는 예배(레1:1-9)
유교의 제사 의식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생선을 어디에 두고 생선 머리는 어떤 방향으로 두어야 할지 다 정해져 있다. 무당이 굿을 할 때도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사찰에서 드리는 불공도 간단하지 않다. 이런 타 종교의 의식에 비하면 우리가 드리는 예배는 설렁설렁하고 몹시 가볍게 느껴질 때가 많다. 형식적인 면에서 과연 그럴지 모르겠지만 예배의 정신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구약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사인 번제를 통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가 무엇인지, 예배의 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기 원한다.
번제를 드리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제사드리는 자는 집에서 키우는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리라고 하신다. 물론 산비둘기나 집비둘기도 가능하다. 소나 양이 아깝거나 가난해서 드릴 수 없는 처지면 드리고 싶은 것을 드리면 된다. 만약 소를 드린다면 흠 없는 수송아지를 드리라고 하신다. 흠이 없는 것을 드리려고 하면 아무것이나 끌고 와서 드릴 수 없다. 드리기 전에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서 하나님은 예배자에게 준비된 마음을 요구하신다. 전날부터 헌금을 챙기면서 준비하는 것과 급하게 서둘러 나온 것은 예배자의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다.
흠 없는 수송아지를 가지고 와서 먼저 제물의 머리에 안수한다. 여기서 안수는 꾹꾹 누르다는 뜻이다. ‘내가 죽어야 하는데 네가 죽어야 하는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안수한다. 그런 다음 칼로 송아지 멱을 따서 피를 낸다. 이 피를 제사장에게 주면 제사장은 이 피를 제단 사방 땅에 뿌린다. 그리고 송아지 가죽을 벗기고 칼로 각을 뜬다. 이 모든 과정은 제사를 드리는 자가 직접 해야 한다. 송아지 멱을 딸 때 튀어 오르는 피를 직접 맞아야 하고 피비린내 속에서 가죽을 벗기고 살점을 뜯어내는 모든 과정은 제사하는 사람의 몫이다. 제사장은 피를 받아서 뿌리고 살점을 받아서 태우는 역할만 한다. 우리는 예배를 ‘본다’고 한다. 예배자가 예배 관람객이 되어 성가대나 찬양단의 찬양을 보고, 설교자의 설교를 듣는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처럼 예배를 드린다. 하나님은 예배자가 적극적으로 예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신다.
번제는 희생 제물 전부를 태워드리는 제사이다. 히브리어로 ‘번제’는 ‘올라’라고 한다. 위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땅에 있던 제물은 불에 태워짐으로 연기와 향이 위로 올라간다. 하나님은 이것을 ‘향기로운 냄새’라고 하셨다. 시신이 불타는 냄새는 사람이 맡기에도 고약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배자가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태워서 죽이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님이 보실 때는 향기가 되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예배를 통해서 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죽음이다. 완벽한 죽음이다. 제물은 멱을 따여서 한번 죽고, 가죽을 벗길 때 두 번 죽고, 살점을 떼어낼 때 세 번 죽고, 불에 타서 네 번 죽는다.
지금은 구약시대처럼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예수님이 희생양이 되셔서 단번에 제물로 드려졌기 때문이다. 구약의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 정신마저 사라져서는 안 된다. 번제가 드려지는 곳은 결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다. 피가 튀고 제물이 조각조각 나고 불태워지는 그야말로 참혹한 모습이다. 이 모습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것은 예배드리는 자의 진지함과 진실함이다. 자기를 드리려고 하는 애씀과 분투가 향기가 되어 주님께 올라가는 것이 예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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