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어느 휴게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 휴게소에서 재미있는 팻말을 보았습니다.
“웃으세요. 여기는 강원도입니다”
강원도와 웃음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무슨 관계가 있겠나 싶지만, 저리 붙여 놓으니 그럴듯합니다.
“웃으세요. 여기는 교회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그래도 전후 관계상 말은 됩니다.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에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웃으세요. 여기는 강원도입니다” 정도로 엉뚱합니다.
바람이 부는 것과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을 듯합니다.
어쩌면 시인이 아무쪼록 살아보려고 하던 차에
바람이 불어와 좋은 핑계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의 제목이 ‘해변의 묘지’이니 그곳의 바닷바람이 보통이었겠습니까?
때로 이유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후 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는 일도 있습니다.
무슨 핑계든지 살아봐야 하고, 어떻게 하든지 웃어야 합니다.
전후 맥락을 따지지 말고 일단 웃자고 스스로 타일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