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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모를 공경하라(출20:12)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은 모든 자녀에게 부담이 되는 계명이다. 결론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할 수 있다면 이 계명은 건너뛰어도 좋겠다. 그러나 부모 섬김의 5계명은 하나님 섬김 계명(1-4계명)과 이웃 섬김 계명(6-10계명)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부모 섬김이 하나님 섬김과 이웃 섬김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 섬김은 부모 섬김이라는 다리를 통해서 이웃 섬김으로 이어지고, 이웃 섬김은 부모 섬김을 통해서 하나님 섬김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을 가볍게 다룰 수 없다.
5계명의 일차 수신자는 어린 자녀들이 아니다. 어린 자녀에게 부모를 공경하라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 열 번째 계명을 보면 십계명의 수신자가 집이나 남종과 여종, 소나 나귀나 소유를 가진 결혼한 자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성한 자녀에게, 경제력이 없고 노동력도 없는 늙고 힘없는 부모를 잘 섬겨야 한다는 뜻이다. 한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가족 중 누군가 희생이 필요할 때 누가 가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때 어린 자녀들은 미래의 자산으로 취급되지만 늙고 힘없는 부모는 경제적 효용 가치 없는 분이기에 희생당해도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신자는 생명의 가치를 이익이나 효용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늙은 부모는 인생의 안식년을 보내고 계시는 분이시다. 안식일은 우리의 노력이나 생산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임을 고백하는 날이다. 그러기에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은 인생의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늙고 힘없는 부모를 홀대할 수 없다. 하나님이 그 생명을 주관하고 계시고 우리도 부모님을 통해서 생명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단지 유전자나 생물학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모든 힘이 부모로부터 온 것이다. 우리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우리 생명의 창조자이기에 마땅히 공경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경이라는 히브리어 ‘카베드’는 ‘무겁게 여기다’ ‘중히 여기다’라는 뜻이 있다. 부모님의 삶의 무게를 무겁게 여기라는 뜻이다. 부모가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자녀에게 상처나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자식보다 많이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부모를 공경할 수 있다. 생명을 주시고 자녀보다 늘 앞선 길에 계신 그 삶의 무게를 인정해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공경하라고 했다. 사랑이 쉬울까, 공경이 쉬울까? 사랑하지 못해도 공경할 수는 있다. 자녀를 사랑하라는 계명은 없다. 계명에 정하지 않아도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패륜아의 부모는 훌륭한 분이다. 늘 가난한 사람을 돕는 분이시다. 그런데 패륜아 아들은 주식 투자하는 데 돈을 대주지 않았다고 하여 어느 날 복면을 쓰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칼로 찌른다. 부모의 피가 묻은 칼을 닦고 있을 때 어머니는 죽어가면서도 아들의 손톱 조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혹시라도 증거가 되어 붙잡힐까 봐 그것을 주워 삼키고 나서 숨을 거둔다. 패륜아조차도 부모는 사랑한다. 부모는 자식이 서운하게 대할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하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자식은 부모 사랑의 깊이나 무게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부모를 홀대하거나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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