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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신 것을 믿습니다(눅1:26-38)
예수님이 우리의 온전한 구원자가 되시려면 인간이자 동시에 하나님이셔야 한다.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기만 하면 우리 인간과 아무런 접촉점이 없는 분이 되신다. 그리고 예수님이 인간이시기만 한다면 당연히 우리의 구원자가 되실 수 없다. 가령, 철수와 영희는 친밀한 사이였는데 어떤 오해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깨어졌다고 해보자. 서로가 다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둘 다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있기에 서로 말도 건네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려면 제3의 중재자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적합한 중재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두 사람과 구별되면서도 철수 영희 각자와 동일시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 동일시 되면 공평성을 의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인간 양자 모두에게 동일시되면서도 양자와 구별되는 분이시다. 그래서 예수님은 온전한 인간이자 온전한 하나님으로서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중재해 주실 수 있다. 이것을 사도신경에서는 ‘성령으로 잉태되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신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아무리 신앙고백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한 존재 안에 신성과 인성이 동시에 각각 100%씩 존재할 수 있을까? 두 본성은 완전히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혼합되는 것도 아니고, 섞여서 변화되는 것도 아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로서 이런 신비한 본성을 가지고 계신다고 우리는 믿는다.
하나님이 꼭 이렇게 해서 인간이 되지 않으면 구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말씀으로 세상을 만드신 분께서 말씀으로 인간을 구원하시면 되지 않으실까? 직접 인간이 되지 않더라도 천사나 다른 피조물을 인간으로 만들어 십자가에서 죽게 했어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안셀무스라는 중세 신학자는 두 가지로 대답했다. 첫째,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신 이유는 ‘인간이 신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떻게 죄로 가득한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마지막 구원 모습이 신적 영광을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원이란 하나님의 생명을 받는 것이다. 하나님의 생명을 성경은 영원한 생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직접 인간이 되신 것이다. 둘째,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신 이유는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저절로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됨을 이루어가야 온전한 인간이 된다. 그런데 죄인인 인간은 스스로 인간됨을 이루어갈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과 연합하여 참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참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지만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 대부분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사자인 마리아도 믿지 못했다. 아직 처녀였던 마리아에게 천사가 하나님의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하였을 때 마리아는 남자도 알지 못하는 내게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34)라고 하면서 의심했다. 그러나 천사가 성령이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어주실 것이라고 하였다. 마리아는 그때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하였다. 오늘 우리도 동정녀 탄생을 우리 머리로 다 믿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이 하실 일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다. 마리아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고백할 때 오늘도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은 내 안에 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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