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시골 목사가 있다. 충북 영동에서 물한계곡교회를 담임하는 김선주 목사라는 분이다. 몇 명 안 되는 노인이 전부인 시골 교회에서 목회하는데 교인들이 목사를 가까이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김목사가 고안해낸 것이 '목사 사용설명서'이다. 교인들에게 '목사 사용설명서'를 주어서 집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으라고 하였단다.
1. 보일러가 고장 나면 전화합니다.
2.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전화합니다.
3. 냉장고, 전기가 고장 나면 전화합니다.
4. 휴대폰이나 집전화가 안 되면 전화합니다.
5.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쓸 일이 있으면 전화합니다.
6. 농번기에 일손을 못 구할 때 전화합니다.
7.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8.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 말고 바로 전화합니다.
9.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합니다.
10.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
오늘날 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대접을 받으려고 하고 위로만 올라가려고 한다. 이분은 목사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어려운 신학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풀어 놓았다.
10번 항목,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를 넣은 이유에 대해서 이분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인들이 함께 어울려 화투를 치다가 예고 없이 경로당을 방문하는 나를 볼 때마다 화투장을 부채살처럼 펴들고 있던 교인들은 간음하다 들킨 여인처럼 화들짝 놀라며 홍당무가 되어 안절부절 못한다...그들의 화투는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동계 스포츠다. 하지만 그들은 화투에 대해 부정적 생각 때문에 실제로는 즐기고 있으면서도 내면에서는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화투란 나쁜 것이 아니라 목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하고 말해주었다"
이분은 "목사란 불상처럼 모셔두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써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공감되는 말이다. 여러분도 저를 비롯해서 우리 교회의 영적 지도자들을 제대로 써먹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