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다윗의 유언 말씀이다. 유언은 그때 생각나는 말을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체화된 것들 가운데 고르고 골라서 확실히 검증된 것을 유언으로 남기게 된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라 그리고 하나님 말씀을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가 형통할 것이라’고 했다. 다윗 자신은 말씀을 지키면서 형통의 복을 누렸다. 말씀을 지키는 것은 말씀이 내 중심이 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중심이 되어 살고자한다. 죄로 얼룩진 욕망을 가지고 자기가 중심이 되고싶어 한다. 그래서 말씀과 내가 자주 충돌한다. 다윗은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힘써 대장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대장부가 되라는 것은 ‘강해지라’는 뜻이다. 말씀대로 살려면 무엇보다 내면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힘의 문제다. 하나님의 백성도 영혼의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이미 얻은 것도 누리지 못한다. 영적 싸움을 위해서 완전무장을 했다고 생각해보라. 복음의 신발을 신고 진리의 허리띠를 매고, 의의 흉배를 차고 구원의 투구를 쓰고, 말씀의 칼을 들었다. 그런데 힘이 없다. 일어나서 싸우러 나갈 힘이 없다. 이미 준비한 것들이 다 소용없다. 우리가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누리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니까 행함은 되지 않고 자꾸 앉은 곳에서 소리만 지르고 성질만 낸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유언하면서 대장부가 되라고 명령했다. 한마디로 강한 자가 되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자신이 아닌 것이 되라고 명령하지는 않으신다. 나무에게 쇠기둥이 되라고 명령하지 않으신다.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라고 하면 그것은 언어폭력이 된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대장부가 되라고 한 것은 솔로몬이 강한 자가 될 수 있고 강한 자임을 전제로 한 말이다. 솔로몬 같이 유약한 사람이 어떻게 강한 대장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하나님이 말씀하신 이 강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강해지기 위한 첫걸음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약한지를 시인하고 자기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다 공감하는 바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의 연약함에 참여하시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5:6) 하나님은 약한 자에게 왜 강한 자가 되지 못 하느냐고 다그치지 않는다. 도리어 우리의 약함을 이해하고 그 약함에 참여하셔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담당해 주셨다. 우리의 강함은 나같이 이렇게 연약한 자를 주님이 받아주셨다는데서 나온다. 비록 실패하고 실수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받아주시고 함께 해주시기에 우리는 강한자가 될 수 있다.

그런 강함의 본보기를 다윗은 열왕기상 1장에서 보여준다. 다윗 왕은 늙어서 이불을 덮어도 몸이 따뜻하지 않았다. 시종들은 다윗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 한 명을 구했다. 성경은 이 처녀가 심히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런데 다윗은 이 처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왕상1:4) 남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늑대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다윗은 처녀를 품어도 될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자기 뜻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런데도 다윗은 끝까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 그 힘은 오래전 자신의 욕망 때문에 벌어진 죄악을 받아주시고 용서하신 주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