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의 단상
얼마 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오성일 시인의 ‘검색’이라는 시입니다.
벌들도 가끔 부부 싸움 하는지
꽃들에게 물어보렴
어떤 감자는 왜 자주꽃을 피우는지
농부에게 물어보렴
바람도 잘 때 잠꼬대를 하는지
떡갈나무 잎들에게 물어보렴
예쁜 아가씨를 지나칠 땐 새들도 날갯짓을 늦추는지
구름에게 물어보렴
해가 바다에 잠길 때 신을 벗는지 안 벗는지
노을에게 물어보렴
비 오는 날 그림자들은 어디 선술집에라도 몰려가는지
빗방울에게 물어보렴
겨울밤 지하철 계단 할머니의
다 못 판 채소는 누가 사주는지
별들에게 물어보렴
궁금한 것 죄다 인터넷에 묻지 말고
시집 『문득, 아픈 고요』(2013년 문학의 전당)에서
요즘 우리는 모르는 게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 합니다.
인터넷은 모르는 게 없는 척척 만물박사입니다.
그러다보니 내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남의 생각만 자꾸 뒤적여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온통 스마트한 바보들만 거리를 메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성일 시인이 그것을 많이 걱정했나 봅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있으면 검색하지 말고 직접 물어 보라고 시를 썼습니다.
바람이 잘 때 잠꼬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떡갈나무 잎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해가 바다에 잠길 때 신을 벗는지 안 벗는지, 노을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비 오는 날 그림자들은 어디 선술집에라도 몰려가는지 빗방울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요즘은 성경도 스마트폰에 있는 성경으로 대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
아예 <인터넷 교회>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헌금은 온라인으로 보내고 말씀은 동영상으로 시청합니다.
아직 가을입니다.
밖으로 나가 숲을 거닐고 바람을 맞고 나뭇잎 색이 변해 땅에 떨어지는 모습도 보고
낙엽이 밟히는 소리도 들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