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
이해인 수녀의 시 가운데 “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란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그리운 마음을 표현한 시입니다.
이 시 가운데 이런 연이 있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빈 의자가 되고, 친구가 되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참 좋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2008년부터 대장암 투병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당신이 가진 카드는 버스카드 한 장과 주민등록카드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수녀라 당연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동안 쓴 책의 인세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삶입니다.
가난을 인내하는 것보다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이 더 힘겹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계절에 그녀와 그녀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빈 의자가 되어 삶에 지친 사람들을 앉게 하고 싶은 그 마음은
성탄절에 오신 예수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성탄절이면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 줄 선물 생각으로 분주하고
어떤 사람은 대목 장사 준비로 바쁠 것 같습니다.
신앙인들은 자기를 비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고 그분의 마음을 품는데 바빠야겠지요.
이해인 수녀는 ‘작은 등불 하나 켜들고’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성탄절은 우리도 작은 등불하나 켜들고
우리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마련해서 쉴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빈 의자가 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풍성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 여러분의 삶에 그 사랑이 흘러넘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내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이해인의 詩 ‘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