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창립 4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늘까지 우리를 지켜주시고 붙잡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부족하지만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틀거리면서 제 꽃을 찾아가는 나비처럼 우리도 수없이 비틀거렸지만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가끔 바람결에 묻어오는 주님의 향기가 이끄셨던 것 같습니다.

나비로 말하면 비틀거려도 결국 제 갈 곳을 찾아가겠지만

꽃을 피우는 것으로 비유해보자면 때가 된다고 저절로 꽃망울이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꽃 봉오리도 내밀지 못한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1미터씩 자란다는 죽순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찌 그리 잘 자랄 수 있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죽순은 땅 속에서 56년을 자란 뒤에야 순을 밀어 올린다고 합니다.

땅 속에 있는 줄기가 여러 개의 마디를 갖고 있는데 그 마디들 중에서 죽순으로 솟아 오를 수 있는 것은 10개 중 하나 뿐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내야 하고 그 가운데 선택 받은 하나가 땅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올라온 죽순이 하루 최고 1미터가 자라는 대나무가 됩니다.

빨리 자란다고 해서 쉽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한 세월의 내공이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서정주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바라보면서 봄부터 울었던 소쩍새를 기억해냈고, 먹구름 속에서 울었던 천둥을 떠올렸으며, 쉽게 잠이 오지 않던 무서리 내리던 긴 밤을 기억했습니다.

성장에는 시련과 고난 그리고 방황이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쉽게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런 교회도 수많은 바람과 비를 맞고 세월을 견뎌낸 흔적들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오늘 여기에 이르기까지 비바람을 맞고 천둥이 우는 긴 밤을 통과했습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순을 키우는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순이 밖으로 나오는 그 때까지라도 함께 울어 주시고 품어 주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순이 솟아오르는 시간이 되면 오랜 시절의 시련과 불면의 밤이 비로소 그 의미를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