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는 2009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을 유작으로 세상을 마감했어요. 그녀는 이 책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자기 삶에서 가장 용기가 된 말이 바로 “괜찮아”였다고 회상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 그녀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해 친구들의 놀이에 끼지 못해 항상 속상했고, 마음껏 뛰어노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고해요.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어김없이 실망과 좌절감이 밀려왔어요. 그때 지나가던 깨엿장수가 미소 지으며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고 해요. “괜찮아!”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툭 던진 말인데도 살면서 힘들 때마다 그 말이 가장 위로가 되고 힘이 된 말이라고 해요.
2001년 9.11테러 발생 후 미국은 대대적인 범인 색출 작업에 돌입했어요. 그때 테러에 가담한 한 탈레반 청년이 경찰에 잡혔어요. 그는 미국인이면서 이슬람 탈레반이 되었고, 미국을 공격하는 일에 앞장서게 되었어요. 모든 미국인들이 그 사람에 대해 분노했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때 그를 비난하지 않고 감싸주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청년의 어머니였어요. 그녀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 온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어요. 수천 명의 인명을 살상한 끔찍한 일에 가담 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죄가 아닌 아들의 생명을 본 것이죠.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네가 살아있으니 괜찮아!” 그리고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어요. 이 이야기는 당시 뉴욕타임지에 실렸어요.
어릴 때 단팥죽이 먹고 싶어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다가 걸린 적이 있어요. 괄괄하시던 아버지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이제 죽었구나 하고 각오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는 "괜찮다, 두 번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고만 하셨어요. 평소와 다른 아버지 모습에 깜짝 놀라서 '고맙습니다'는 말도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아버지의 모습이 또렷한 영상으로 남아 있어요.
저는 십자가를 보면서 그 때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다,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 하신 그 음성이 십자가에서 들려요. 간음하다 현장에 끌려와서 예수님 발 앞에 내팽개쳐진 여인에게도 예수님은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거라'고 하였어요. 그 말도 저에게는 '괜찮다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는 아버지의 음성으로 들렸어요. 육신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만하시고 용서하셨지만 예수님은 나중에 그 죄를 자신이 친히 담당하셨어요. ‘그건 내가 담당할 것이니 너는 괜찮아’라고 하신 거예요. 주변에 고개 숙인 사람들이 많아요. 십자가 보면서 '괜찮아'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다시 힘을 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