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에 <괜찮아>라는 수필이 있어요. 이 수필에서 그녀는 자기 삶에서 가장 용기가 된 말이 “괜찮아”라는 말이었다고 해요.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된 소녀 영희는 방과 후면 주로 집 앞 골목길에 앉아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친구들이 영희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서 아마 영희 집 앞에서 놀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도 집 앞에 앉아서 친구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엿 장수 아저씨가 영희를 흘낏 보고는 리어카를 두고 영희에게로 와서 깨엿 두 개를 내밀었어요.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괜찮아”라고 말했어요. 영희는 무엇이 괜찮은지 몰랐어요. 돈없이 공짜로 받아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말인지.... 그런데 영희에게는 그 이유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마음을 정하게 되었어요.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어요. 장영희 교수는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그 말이 가장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고 해요.
2001년 9.11테러 발생 후 미국은 대대적인 범인 색출 작업에 돌입했어요. 그때 테러에 가담한 한 이슬람 청년이 경찰에 잡혔어요. 그는 미국인이면서도 이슬람 탈레반이 되었고, 미국을 공격하는 일에 앞장서게 되었어요. 모든 미국인들이 그 사람에 대해 분노했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때 그를 비난하지 않고 감싸주는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청년의 어머니였지요. 그녀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 온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어요. 수천 명의 인명을 살상한 끔찍한 일에 가담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죄가 아닌 아들의 생명을 본 것이죠.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네가 살아있으니 괜찮아!” 어머니는 그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어요.
‘괜찮아’ 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 가슴을 울리는 말이죠. 2002년 월드컵 4강에서 우리가 독일에게 졌을 때 관중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괜찮아!, 괜찮아!” <골든벨>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이 있어요. 한 학생이 혼자 남아 문제를 풀다가 마지막 한 문제를 남겨놓고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 친구들은 모두 일어나서 “괜찮아!, 괜찮아!”하고 연호하면서 쏟아져 나와 친구를 얼싸안지요. 믿음의 경주를 달리고 있는 우리에게도 주님은 똑같이 말씀해 주실 것 같아요.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 아파서 슬퍼할 때, 실패해서 괴로울 때, 주님은 “괜찮아!, 괜찮아!” 라고 해주실 것 같아요.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는 스피커가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