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혼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혼밥은 혼자 밥 먹는 것을 뜻합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늘 있어 왔던 일인데 여기에다 ‘혼밥’이라는 말을 만들어 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혼자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20대는 여유롭기 때문에 ‘혼밥’을 택하고, 30대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고 다른 사람 기다릴 시간이 부족해서 ‘혼밥’을 택한다고 합니다. 식당에서도 주방을 마주보고 일렬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이 많아졌습니다. 혼자 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1인 식당도 있다고 합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그다지 처량하지 않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혼자 있음’과 ‘홀로 있음’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있음’과 ‘홀로 있음’은 다른 의미의 말입니다. ‘혼자 있음’은 다른 사람과 단절된 ‘고립’인 반면에 ‘홀로 있음’은 자기를 성찰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자기를 격리시키는 ‘고독’입니다. 우리 신자들에게 ‘혼자 있음’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홀로 있음’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홀로 있음’이 있어야 비로소 ‘함께 있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자의 ‘홀로 있음’은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것을 말합니다. 혼자 있기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이 외로움이라면 ‘홀로 있음’은 하나님 앞에,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홀로 있음’은 하나님의 눈길을 의식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홀로 있음’의 시간이 구약으로 보면 안식일이고, 신약으로 보면 주일입니다. 주일날 하나님 앞에서 홀로 있음을 통해서 욕심을 정지시키고 자기의 유한함을 자각하고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홀로 있음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분주하고 복잡한 세상입니다. 마르다처럼 주님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처럼 주님 발치에서 말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혼자 있음이 함께 있음을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오래된 시 가운데 <홀로서기>가 있습니다. 그 시의 첫 마디가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라고 시작합니다. 서로 의지한다고 하면서 서로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짐을 안겨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홀로 선 둘이 만나야 건강한 함께 있음이 가능합니다.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이제 초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홀로 있음의 시간을 통해서 더 풍요로운 함께 있음의 시간을 만들어 가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