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세에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난 후 처음 1년은 참 좋았습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흥분 가운데 살았습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나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죄와 악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때 느낀 실망은 굉장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구원 받았는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는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앓아서 누웠습니다.
그 때 성숙한 믿음을 가진 한 사람이 문병을 왔습니다.
저는 제 고민과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그는 성경을 펼치고 ‘자란다’는 단어가 포함된 여러 구절을 찾아 보여 주었습니다.
믿음에서 자라고 사랑에서 자라고 소망에서 자라고...,
자랄 필요가 있다는 것은 현재는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아직도 의심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고 낙심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예수님을 영접해서 구원받고 나면 즉시 천사처럼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얼마나 비성경적이고 비현실적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죄와 악습과의 싸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승리할 때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패배할 때도 여전히 많습니다.
패배가 반복되면 스스로 내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인지 물을 정도로 낙심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저를 위로하시고 다시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악한 습성으로부터 즉시 자유케 해주지 않으시는가?
교만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죄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경험이 없다면 저는 무척 교만하고 건방진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패배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절감하면서 죄에 넘어진 사람들을 정죄하는 대신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패배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고 해서 아예 싸울 생각을 안 하거나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죄나 악습 가운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승리했을 때 맛보는 하나님의 은혜와 패배했을 때 맛보는 하나님의 용서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또 죄와 악습에 매여 있는 동안 진정한 자유와 기쁨도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는 교만입니다.
하나님은 죄와 악습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시지만, 승리해서 교만해질 것 같으면 차라리 패배해서 겸손해지는 쪽을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