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이 싫어요?”
저녁 밥상에 오른 김에 젓가락이 잘 안 가는 저를 보며 아내가 물었습니다.
사실 김이 비싸다는 말을 들어서 아껴서 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교인들이 선물로 주어서 많아요. 이젠 우리도 너무 아끼며 살지 않아도 돼요.”
저는 아끼는 것을 절대 미덕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먹던 것을 남기면 대신 먹어 치웠고, 아이들은 먹다 남은 접시를 아빠 앞에 밀어 놓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자동차 기름을 넣을 때는 단 1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신고 다니는 구두 중 하나는 계속 밑창을 갈아 신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할인가가 적용되는 낮에만 갔습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는 대신 물을 마셨습니다.
이웃을 위해서는 후하게 쓰되 자신을 위해서는 아끼라는 가르침 속에서 자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웃에게 후하게 베풀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절약하며 살다보니 삶에 여유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말을 들은 후 조금 여유를 갖고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여유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비싼 것은 가능하면 사지 않고 대신 싼 것을 살 때 고급으로 여유 있게 사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작은 것에 아끼지 않는 연습을 합니다.
김을 아끼지 않고 먹습니다.
배가 부르면 음식을 남깁니다.
자동차 기름은 비싸더라도 편리한 곳에서 넣습니다.
식당에 가서 수프가 맛있어 보이면 컵 대신에 그릇으로 주문합니다.
사도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빌4:11-12)
궁핍할 때 감사하며 살고 풍요할 때 즐기며 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