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라 그런지, 교회의 절기가 다가오고 지나가는 것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세월이 가는 것은 나 말고 다른 것을 보아야 감지될 수 있다.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철로 변의 전봇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차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다.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놈 많이 컸다’고 대견해 하고 세월한번 참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그 세월에 실려 자기가 꼭 그만큼 늙어가는 것은 나중에야 알아차린다.
벌써 사순절도 중반이다.
사순절은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주일을 빼고 부활절 전 40일을 보내는 절기이다.
사순절은 마음 가운데 십자가를 품고 지내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가 천국에 다다를 때 문지기가 우리에게 두 개의 십자가를 확인할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우리 몫의 십자가가 그것이다.
신앙생활이 내내 너무 힘겹다면, 나에게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내 마음의 골고다 언덕에 험한 십자가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십자가 위에 내 허물과 연약함이 올려져 있는지 살펴야 한다.
신앙생활이 지나치게 가뿐하다면, 내 몫의 십자가를 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 십자가 위에는 헌신과 사랑이 올려져 있어야 한다.
혹시 맨몸으로 덜레덜레 신앙의 여정을 가고 있다면 자신이 가고 있는 목적지가 정말 하나님 나라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자꾸 십자가를 만지작거리자.
거기서 주님의 부활이 느껴질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나님이 몸소 지고 죽으신 십자가를 떠올려 보자.
그러다보면 거기서 내 십자가가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사순절, 부디 내 몫의 십자가와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품는 시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