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은혜의 종교다.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깊고 높고 풍성한지 우리는 다 헤아릴 수 없다. 하나님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고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은혜로우신 분이고, 그분이 이끄시는 나라는 우리가 잘 적응이 되지 않을 만큼 은혜로운 세계이다.

비유에서 주인은 큰 포도원 농장을 가지고 있다. 이 주인은 아침6시, 9시, 12시, 오후3시, 5시 모두 다섯 번 장터에 나가서 일꾼을 고용한다. 문제는 오후 6시가 되어 일을 마치고 품삯을 계산할 때 일어났다. 주인이 아침 6시에 온 사람과 오후 5시에 온 사람에게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주었기 때문이다. 아침 6시에 온 사람은 당장 불평했다. 하루 종일 더위를 견디며 일한 사람과 서늘할 때 겨우 한 시간 일한 사람을 어떻게 같이 대우할 수 있느냐?

오전 6시에 온 사람은 주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주인은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일까? 일을 처음 해본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연륜이 부족했던 것일까? 세 가지 질문으로 주인의 행동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첫째, 주인은 몇 번이나 장터에 나갔는가? 둘째, 청지기를 보내지 않고 왜 직접 장터에 나갔는가? 셋째, 왜 늦게 온 사람부터 임금을 계산했을까? 주인이 여러 번 장터에 직접 나간 것은 고용되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때문이다. 필요한 일꾼을 고용했는데도 계속 고용되지 못한 사람들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주인은 이 사람들이 다 고용되지 않으면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오후 5시에 고용된 사람을 보라. 주인이 그들에게 이 시간까지 왜 여기 있느냐고 했을 때, 자기들을 품꾼으로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남들보다 몸이 약했거나 뭔가 부족해 보였던 사람일 수 있다. 고용해서 쓰기엔 미덥지 못한 사람이었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 시간까지 장터에서 서성거렸던 것은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절망스러웠지만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은 이들을 자비의 시선으로 바라보신 것이다. 이 주인이 오늘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문제는 오전 6시에 온 사람들이 주인의 은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불공평한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원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아침 일찍 일하게 되었을 때 주인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더위를 견디며 하루 종일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자기보다 더 많은 은혜를 받는 사람을 목격하게 되면서 감사의 마음을 잃고 은혜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주인의 마음과 시선이다. 은혜를 베푸는 자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모르면 받은 은혜마저 잃고 먼저 은혜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중된 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