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막신 장사를 하는 아들과 우산 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가 오면 나막신 장사를 하는 아들이 장사가 안될까 봐 걱정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 장사를 하는 아들이 장사가 안될까 봐 걱정을 한다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가끔 저도 이 이야기처럼 곤혼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밝기기 어렵지만 이쪽을 도우면 저쪽이 염려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쪽이 좋아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한 사람이 취직되어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은 직장을 잃습니다.
어떤 부부 사이가 좋아질 만하면 다른 부부가 심하게 다툽니다.
한 사람이 봉사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낙심하여 손을 떼려고 합니다.
목사는 교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반복해서 기도하는데 아무 응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여간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가 그렇습니다.
치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나기라도 하면 맥이 쭉 빠집니다.
자책감을 느낄 때도 많이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좀 더 영력이 있고 기도의 힘이 컸다면 치유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습니다.
목사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가까이 섬기는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심적 부담이 큽니다.
의술이 포기한 질환도 기도로 치유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역은 목사만 할 수 있는 사역이라서 결과가 없을 때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가 기도하여 아픈 사람이 낫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픈 허리가 낫고 두통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기 암 환자가 치료된 적은 없습니다.
기도하면, 두려움, 미움, 염려를 심어주는 악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귀신을 쫓아낸 적은 아직 없습니다.
기도해도 질환에 차도가 없고 귀신을 쫓아내려 기도해도 여전히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모든 병이 다 나아야 하고 흉악한 귀신이 한번에 다 물러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낙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질병은 우리와 항상 같이 있을 것이고 사탄의 역사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주신 응답이 더 많기에 감사하면서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을 더 잘 돕지 못하는 저를 위해서도 부디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