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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3 16:35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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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이라는 책에 보면 저자 박동규 교수가 아버지 박목월 시인과 나눈 대화가 나온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관한 이야기인데, 읽어보면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가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본다.

 

아버지는 무엇을 사 달라고 하면 늘 크리스마스에 보자고 하셨다.

가난한 집에 아이가 다섯이나 되니 그때마다 선물을 사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다른 급우와 같이 구두를 신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두를 사달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얼마나 구두를 신고 싶었던지 구두방을 지날 때마다 신고 싶은 모양과 색깔을 마음에 새겨 두고 마음을 설레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드디어 1220일 저녁, 아버지는 다섯 형제를 안방으로 불러 모으고 갖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막내부터 차례로 물었다.

막내는 썰매를 사달라고 했고, 그다음 초등학교 5년이던 여동생은 다른 형제와는 달리 벌떡 일어나더니 "아버지, 털 코트 사주세요.” 했다.

그 순간  내 눈이 캄캄해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년내내 꾸어 온 꿈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 얼굴을 떨어뜨리면서 "그래, 사줄께.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러나 겨울이 나기 전에 꼭 입혀 줄께" 하셨다.

 

그다음 큰아들인 나를 보며서 "무엇을 사줄까?” 물었다.

내 눈에는 메모 노트를 들고 손을 떨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만 보였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털장갑이요" 했다.

아버지는 의아해하면서 다시 물었다. "털장갑?" 

"!"라고 했다.

이것으로 끝났다.

밤이 되어 내 방 전등을 끄고 이불속에 들어갔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고 불쌍한 아버지 얼굴을 생각하며 눈물만 쏟아 내었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들어와서 더덤더덤 내 얼굴을 만지고 내 눈물을 닦아 주시며 "이게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 하시면서 우셨다.

 

아버지의 마음은 언제나 같은 것 같다.

자식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겨주어 자식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기 원하시는 것 같다.

형편이나 사정이 덜 되어 더 줄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이, 이제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보니 조금 이해되는 것 같다.

5월이 가기 전에 그리운 분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2015.5.17.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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