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일 3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아직 더위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침에 부는 순한 바람이 이미 가을을 품게 해줍니다.
한겨울에 새봄을 품고자 했던
박노해 시인의 <아직과 이미 사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에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 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나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 되어야 해
박노해 시인은 ‘아직’ 속에 들어와 있는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에 절망합니다.
아직 덥고, 아직 아프고
아직 작고, 아직 부족하고
아직 연약하고
아직 바뀌지 않고
아직 앞이 보이지 않고.....
그러나 성도는 농부가 씨앗(이미) 속에서 열매(아직)를 보고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듯 그렇게 현실 속에 미래가 있음을 알고 이미 주어진 것을 소중히 잘 가꿔야 합니다.
믿음은 문제 속에서 답을 보고,
사망에서 생명을 보고, 현실에서 영원을 보는 것입니다.